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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감각 없다면, '보는 기준'부터 만드세요

  • 2월 13일
  • 2분 분량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1학년때 일 입니다.

수업에서 한 선배의 포트폴리오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배는 '지하철역 ' 같은 흔한 장면을 찍어도, 한 장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각 역마다 같은 로우 앵글로 승강장을 찍었는데, 신기하게도 구조와 컬러가 다 달랐어요. 어떤 역은 차가운 회색 콘크리트였고, 어떤 역은 따뜻한 노란 타일이었습니다.같은 방식으로 찍었는데 역의 '성격'이 드러나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그 반복이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이건 의도다"라는 힘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접근은 유형학적 사진(typology)에 가까웠어요. 비슷한 대상을 같은 기준으로 모아 보여주며, 한 장이 아니라 '모음'으로 의미를 만드는 방식이죠.




유형학적 사진
'베허부부' 유형학적 사진



그때부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선배가 '감각이 타고난 사람'이라기보다, 경험을 통해 보는 기준이 생긴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그리고 그 기준은, 따라 해보고 부딪히는 과정에서 저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사진 감각은 타고나는 걸까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을 보며 누군가는 쉽게 말합니다. 

''감각이 있네." 

하지만 제가 보기엔 감각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사진을 알아보는 눈이 먼저 생긴 것뿐이었어요. 사진은 결국 내가 본 것을 프레임 안에 담는 일입니다. 카메라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보고 있느냐'예요. 이 시선이 쌓이면 실력이 됩니다. 다행히 시선은 후천적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사진 실력을 키우는 반복 훈련법


저의 시야가 확장된 건, 학교에서의 반복 훈련 덕분이었습니다. 사진 교육의 핵심은 생각보다 단순해요.


  • 주제를 정하고

  • 찍고 고민하고

  • 피드백을 받고

  • 다시 찍는 것


이 반복 속에서 변하는 게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많이 찍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찍기 전에 보이기 시작해요. 무엇을 빼고, 무엇을 남길지. 어디에 시선을 걸지. 이런 판단이 빨라집니다.


저는 선배의 유형학적 접근을 보고 영향을 받아, 비슷한 장면의 모음으로 인물 촬영을 해봤습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때 확신이 생겼어요.


감각은 설명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직접 해보는 과정에서 눈이 바뀌며 만들어진다는 걸요.




좋은 사진을 보는 눈을 키우는 법


좋은 것을 보는 눈을 키우는 데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좋아하는 작가들의 사진을 따라 보는 것이었습니다. "멋있다"에서 끝내지 않고, 그들이 무슨 선택을 했는지 훔쳐보는 거죠.


로버트 프랭크를 보며 배운 건 구도와 거리였습니다. 피사체를 얼마나 가까이 두는지, 프레임 안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잘라내는지가 사진의 힘을 만든다는 걸요.



사진작가의 작품분석 예시
robert frank 'the americans'

안셀 아담스, 존 섹스턴은 명암과 디테일을 가르쳐줬습니다. 사진은 밝게 찍는 게 아니라, 어둠을 어떻게 남기느냐로 깊이가 생기더라고요.



사진 작가 작품 분석 예시
john sexton 'quite light'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빛의 질감을 보게 해줬습니다. 특히 창가 빛이 피사체와 만날 때 생기는 묘한 대비와 단정함이 인상적이었어요.


사진 작가 작품 분석 예시
robert mapplethorpe 'flowers'


애니 레보비츠의 사진에서는 인물과 구성을 배웠습니다. 사람이 많아져도 화면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포즈'보다 배치와 흐름에 있다는 걸요.



사진 작가 작품 분석 예시
annie leibovitz 'vanity fair covers'



이런 사진들을 자꾸 보다 보면 기준이 생깁니다. 사진을 볼 때 "좋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왜 좋지?"가 떠오르기 시작해요. 저는 그게 '감각'의 정체에 더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다만 사진을 좋아해도, 다양한 작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사진을 시작하는 분들께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바바라 런던의 『사진학 강의』 같은 책을 한 권 두고, 그 안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선정'하는 겁니다.



바바라 런던 사진학강의
  1. 책에서 한 장의 사진을 고릅니다.

  2. 좋은 이유를 한 줄로 적습니다.

  3. 그 사진을 저장하고 스마트폰 잠금화면·바탕화면으로 걸어둡니다


계속 보이게 해서, 머릿속에 남게 만드는 장치예요. 현실에서 똑같이 따라 찍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목표는 하나입니다. 

사진의 기준이 내 눈에 남도록 만드는 것. 그러면 비슷한 상황을 만났을 때, '감각'이 아니라 기준대로 찍게 됩니다.




감각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진학과 시절, 저는 선배가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 선배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라는 걸. 누군가의 사진을 보고, 따라 해보고, 실패하고, 다시 찍으면서 조금씩 자기 기준을 만들어갔을 거예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지금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감각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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